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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처뿐인 한·미 세탁기 분쟁
작성일 2022.02.23

상처뿐인 한·미 세탁기 분쟁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매일경제, 2월 23일자

 

지난 8일 세계무역기구(WTO)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세탁기의 수입 물량을 제한한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협정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WTO는 수입 증가, 국내 산업의 정의, 국내 산업에 대한 피해, 수입 증가와 국내 산업 피해 간 인과관계, 예견하지 못한 전개 등 핵심 쟁점 사안 5개에 대해 모두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제소한 지 4년 만에 얻어낸 귀중한 결과로서, 세탁기 분쟁에서 한국이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되었다.


미국과의 세탁기 분쟁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가전회사인 월풀은 냉장고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판정을 받자, 세탁기 한 가지 품목으로 범위를 좁혀 반덤핑·상계관세를 제소했다.

당시 미 상무부는 미국 내 산업 피해를 인정해 LG전자(13.2%), 삼성전자(9.29%)에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2013년 우리 정부는 미국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했고, 2017년 WTO 상소기구는 표적덤핑과 제로잉 방식으로 부과한 반덤핑관세가 협정 위반이라고 판정하여 한국이 승소했다.

이쯤해서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또 바뀌었다. 2018년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의 연간 수출쿼터 물량을 120만대로 제한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했다. 쿼터 한도 내에서는 14~20%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를 넘어서면 30~50%의 높은 관세를 물도록 했다. 이 조치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연간 1억5000만달러(1800억원) 이상의 추가 관세를 부담하게 되었다. 이에 우리 정부가 WTO에 다시 제소했고, 1심 결과가 올해 초 나와 한국이 또 승리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결과를 수용하면 세탁기 분쟁은 종료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작년 이후 WTO 상소기구는 상소위원 전원 공석이란 초유의 상황을 맞아 심판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다. 현재 1심을 통과해 WTO 상소기구로 송부된 분쟁사안이 24건이나 되는데, 상소기구 정상화를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다. 수입국은 느긋하지만, 수출기업만 애가 타고 있다. WTO 규정상 상소시한은 60일 이내인데, 미국이 상소할 경우 현행 세이프가드는 내년 2월까지 지속된다.

한국의 입장에서 두 번이나 WTO에서 판정승을 거뒀지만,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중국,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기는 바람에 국내 일자리 창출에는 실패했다.

미국 또한 한국산 세탁기의 수입은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었을지 몰라도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지는 못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 생산전환 등을 통해 미 가전시장에서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며 굳건히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 행정부의 과잉보호가 설립한 지 100년 넘은 장수 기업, 월풀에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라는 말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 1세가 코끼리 군단으로 세계 최강 로마군을 공격해 대승을 거두었지만, 그리스 전체가 초토화되어 상처뿐인 영광에 그쳤다는 일화에서 나온 얘기다. 많은 희생이 따르는 전쟁보다는 타협이 필요하다는 교훈이다. 정작 11년간의 세탁기 분쟁을 통해 양국이 얻은 이익은 무엇일까? 결과적으로 별다른 성과 없이 소모적인 싸움만 이어왔고, 양측을 대리한 로펌만 배를 불리는 꼴이 되었다.

다음달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10주년을 맞는다. FTA를 통해 양국 경제가 모두 성장하고 협력 또한 강화되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계기로 양국 정부가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 세탁기 분쟁을 빨리 매듭짓기를 바란다. 우리 통상당국의 현명한 대처와 방향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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