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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별하지 않은 특별법
작성일 2022.01.11

특별하지 않은 특별법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국민일보, 1월 11일자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쟁점이 많지만 법안의 주된 내용은 정부가 국가·경제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연관 효과가 큰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총리실 산하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설치해 기본계획(5년 단위)과 실천계획(1년 단위)을 수립하는 것이다. 전략기술 보유 기업이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인수·합병하려는 경우 정부 승인을 받도록 했다. 전략산업 특화단지 운영을 통해 기반시설 조성과 운영에 대한 지원도 가능토록 했다.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크다는 반응이다. 먼저 지원 대상에 대한 아쉬움이다.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패권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작년 7월 여당에서 반도체특별법 검토를 시작했다. 하지만 특정 산업을 별도 지원하면 통상마찰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지원토록 해 반도체 외에 백신, 2차전지 등도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한정된 예산 속에서 지원 대상이 늘면서 반도체 지원 규모는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세제 지원이 경쟁국에 비해 부족하다. 미국은 혁신경쟁법(USICA)을 통해 520억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고, 자국 내 반도체 시설에 투자하면 투자금액의 25%를 환급하는 반도체투자촉진법(FABS) 제정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은 반도체 투자금액의 최대 40%를 정부가 지원할 계획이고, 중국도 반도체기업에 최대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고 있다. 반면 국내 대기업은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6%에 불과하다. 전년에 비해 증가한 투자에 대한 추가 공제(4%)까지 포함해도 최대 10%다. 적용 기한도 3년에 불과해 올바른 투자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기업 요구 사항도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첨단기술 연구·개발(R&D)의 경우 집중 근무 필요성이 높아 주52시간제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전문기술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 소재 관련 학과의 대학 정원을 늘려 달라고 했지만 특성화 대학과 교육센터 지정 등의 내용만 법안에 포함됐다. 법안에서 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 공장입지 규제 철폐 등 기업 현안 사항이 대부분 빠졌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파격 지원을 외쳤지만 특별법 의미가 퇴색돼 버린 것이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내우외환의 위기를 겪고 있다. 1980년대 만났던 한 일본 관료는 당시 일본은 반도체공장 하나 세우는 데 2년 걸리는데, 한국은 기흥에 6개월마다 새 공장을 지으니 경쟁이 되겠냐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에선 반도체공장 건설에 평균 4년이 걸린다. 불합리한 규제가 많아지고 지자체 횡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경쟁국들은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국제 규범에 눈치 보지 않고 지원하는데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다. 86년 철강, 석유화학 등 7개 개별산업육성법 폐지, 99년 업종별 합리화 조치 폐지 이후 정부의 주력 산업 지원 수준은 계속 줄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반도체가 경제와 안보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국가 간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산업은 기업 혼자 키울 수 없다. 반도체 업사이클, 기업 적시투자, 정부 지원 등이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한국은 메모리 강국이지만 소재·부품·장비 등을 해외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공급망 취약국이기도 하다. 반도체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 세계 반도체업계는 정부와 한 몸이 돼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 과연 우리는 그럴 준비가 돼 있는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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